입시 보조기관 전락한 고교… “학생 절반도 수업 집중 안해” [심층기획-잠든 학생, 무력한 학교]

교사 58% “학생 제재 방법 없어”
일반고 ‘80% 이상 집중’ 11%뿐

학교에 짙은 무기력이 감돌고 있다.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고, 교사는 속수무책이다. 고교 교사 10명 중 6명가량은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학교에서 자는 학생은 저녁이면 깨어나 학원에서 공부하고, 다음 날 학교에선 또다시 잠든다. 학교가 입시 보조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기력한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실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사진=gettyimagebank 제공

9일 세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함께 고교 교사 8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이 50% 미만이란 응답이 64.3%에 달했다. 지난 5∼8일 진행된 조사에 일반고 교사 555명, 특성화고 교사 251명,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목고 교사 60명 등이 참여했다.

 

일반고의 경우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30∼50% 미만이란 응답이 31.2%로 가장 많았고, 10∼30% 미만 23.8%, 10%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1%였다. 집중하는 학생이 80% 이상이란 응답은 자사고·특목고에선 35%였지만, 일반고는 11.2%, 특성화고는 7.6%로 떨어졌다.

수업 참여율이 낮은 이유(2개 선택)는 △(학생이) 학업에 흥미가 없어서(59.5%) △미참여 학생 제재·지도 방법이 없어서(57.9%) △수업이 대입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27.5%)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여서(15.8%) 순으로 나타났다. 수업에 흥미 없거나 대입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지만, 학교에서 제재할 방법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 A(35)씨는 “처음엔 자는 아이를 볼때면 화가 났지만 현실을 받아들였다. 무기력이 학습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수업시간에 가끔 외롭다는 생각도 한다고 털어놨다. ‘지금 몇 명이 내 말을 듣고 있을까’란 궁금증은 그를 따라다닌 지 오래다. 어떨땐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A씨는 “20여명 중 절반은 자고, 4∼5명은 문제집을 풀고, 또 몇 명은 멍하니 앉아있는다. 수업을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은 3∼4명 정도인데 그조차도 없는 날도 있다“며 “가끔은 허공에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는 아이 중엔 성적이 잘 나오는 ‘모범생’도 많다. A씨는 “예전엔 깨웠지만 점점 ‘깨워서 뭘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공부가 하기 싫어서 자는 것이 아니고, 밤에 대입 공부하느라 피곤하다는데 뭘 해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