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에 침출수까지… 지자체 ‘비포장비료’ 골머리

괴산군 농지 장기간 적치로 민원
증평선 음식물 찌꺼기 불법 매립
무주, 지렁이 분변토 침출수 흘러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과태료 그쳐
“환경오염 여부 증명 어려움 많아”

비포장비료나 폐기물을 농지에 불법으로 메우거나 쌓아 악취와 침출수 등으로 곳곳에서 민원이 제기돼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 5월12일 청안면 부흥리에서 농지에 쌓아 놓은 비포장비료 악취 민원이 접수됐다. 군 농업정책과 직원이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수개월에서 수년간 쌓아 놓았을 비포장비료가 있었고 인접 농지엔 불법 매립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해당 토지주는 “포장 비료를 가지고 와서 포장지를 다 뜯었다”고 군에 진술했다. 청천면에선 지렁이 분변토 악취로 민원이 제기됐다. 지렁이 분변토는 재활용 기준을 지켜야 농지에 사용이 가능하지만 농민들은 비포장비료로 알고 사용하기에 십상이다.

지난 5월 충북 괴산군 청안면 한 농지에 쌓아 놓은 비포장비료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괴산군 제공

지난 4일 전북 무주군 무주읍에선 하천부지를 임대한 농부가 채소와 과실수 등을 경작하며 지렁이 분변토를 토양과 섞어 사용해 인근 농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비포장비료나 폐기물 등을 아무렇게나 사용해 농지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제조업자와 사용자에 대한 세부적 시설 및 사용 기준이나 처벌 기준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증평군 증평읍에선 음식물 찌꺼기와 톱밥 등이 섞인 쓰레기 불법 매립 민원이 제기됐다. 토지를 임차한 농부가 “비료를 개인적으로 보관하다 살포했다”고 말했다. 증평군은 이 농부를 비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증평군 관계자는 “비료관리법 취지는 좋은데 사용자는 과태료를 내거나 재산이 없으면 그만이고 과학적으로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지자체가 증명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악취 및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비포장비료의 과다 살포 및 불법 매립 행위를 금지한다. 또 비료생산업자는 비포장비료 판매·유통·공급 또는 사용 일주일 전까지 토지 소재지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비료 사용자는 비포장비료를 보관할 때 비료의 유통 및 보관 등에 관한 관리기준에 따라 악취 저감을 위해 지면에 천막·비닐 등을 설치한 후 포장해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낼 수 있다.

비포장비료를 수거하고 끝까지 추적해 위법 내용을 밝혀낸 사례도 있다. 세종시는 지난달 15일 장군면 금암리에 있는 농지에서 부적정하게 살포된 비포장비료를 수거했다. 시는 반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운반차량 폐쇄회로(CC)TV 조회와 차량 운전자 탐문, 타 지자체 축사 가축분뇨 반출 여부, 축산 관련 차량 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조사했다. 또 현장 시료 채취와 퇴비 부숙도 검사, 해당 농지 인근 방역 요청도 했다. 그 결과 충남 아산시 비료 제조사업장의 비포장비료 사전신고 의무 위반을 밝혀내고 사업장 소재지인 아산시에 위반 사실 통보와 적정 조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