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2025년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비율 20%이상)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고령자 계속고용 방식으로 ‘정년 연장’ 보다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104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9%가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 계속고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고령자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하게 하는 형태로 정책을 시행한다면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를 조사했는데, ‘재고용’ 외에 ‘정년연장’과 ‘정년폐지’ 응답은 각각 25.0%, 7.1%였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안착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복수응답)으로는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47.1%)이 가장 많았고, ‘인력운영 유연성 강화를 위한 파견·기간제법 개선’(37.7%), ‘고령 인력 채용 증가 시 세제 혜택’(33.0%), ‘고령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직접 지원 확대’(31.0%) 순으로 나타났다.
정년에 닿은 근로자를 계속고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74.5%였다. 이들이 선택한 계속고용 방식도 재고용이 78.6%로 압도적이었고, 정년연장과 정년폐지는 각각 26.3%와 12.8%였다.
정년을 지난 근로자를 계속고용하는 이유로 66.4%가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 활용’을 들었고, ‘인력이 부족해서’(26.2%), ‘고령자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 고려’(6.0%) 등의 답이 이어졌다.
정부가 시행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67.1%였고, 이중 48.8%가 제도를 활용해봤다고 답했다. 고령자 고용안정을 위해 2020년 시행된 이 제도는 60세 이상 근로하게 할 경우 근로자 1인당 분기별 90만원(최대 2년간 총 720만원 지급)을 사업주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 인지도가 70%를 넘지 않았고, 실제 활용도는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아직도 기업현장은 과거 연공중심 임금체계가 지배적”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고령 인력 활용을 위해 일본처럼 기업에게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재고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아울러 “우리보다 먼저 고령자 고용연장을 시행한 일본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노사정이 균형감 있게 분담했다”며 “일본이 고령자 고용연장 과정에서 취했던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 법정 정년 60세 유지, 기업에 다양한 선택권 부여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일본 노사정의 고용연장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분담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 노동계는 재고용시 피크임금보다 20~30% 적은 임금 수준을 감내했고, 사측은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되 임금체계 개편과 생애경력개발을 실시했으며, 일본 정부는 일반회계 재정의 일부를 투입하는 고령자계속고용급부금으로 재고용된 근로자의 임금 삭감분 중 상당 부분을 지원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