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대학병원 등 전국 대형 의료기관들이 일제히 휴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최종 부결 사태 이후 총파업을 예고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대로 이날 총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수는 간호사 등을 포함해 약 8만5000명으로 이번 총파업에는 필수의료인력을 제외한 4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노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425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83.07%(5만3380명), 찬성률 91.63%(4만8911명)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8.15%(4350명), 무효표는 0.19%(103명)이었다.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 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1만여명이 파업한 지 19년 만이다.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의료기관 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PR팀)을 구성·가동할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필수유지 업무 부서 인원 등을 제외하고 13∼14일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4만500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사용자 측의 불성실교섭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예정대로 7월13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전체 200개 지부 중 교섭권과 재의권이 없는 소수 지부가 있고, 일부 사업장 중에 노사 관계 사정 때문에 교섭이 늦어진 곳이 있다”며 추후 파업에 동참하는 조합원이 더 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보건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한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이른바 ‘빅5’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보건의료노조에 속해 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예고한대로 진행될 경우 필수의료 분야를 비롯한 의료 현장에서 일대 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특히 보건의료노조에는 의료계 다양한 직역들이 속해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 돌입 하루 전인 12일 각 의료기관과 지역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총파업 돌입 1∼2일차인 13∼14일엔 민주노총 총파업 일정에 맞추고 17일부터는 보건의료노조 자체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13일에는 조합원들이 서울로 집결하는 대규모 상경파업을 전개하고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개 거점파업 지역에 집결해 투쟁을 전개한다.
한편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민주노총 총파업 마지막 날인 오는 15일 총궐기에 참여할 것임을 예고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임에도 지난 1년 대통령은 이 책임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오는 15일 전국 17개 지부 조합원 1만여명이 참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