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이 경찰에 1000건 넘게 접수됐다. 사망 영아는 34명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전국 시·도청에 접수된 1069건(7일 오후 5시 기준) 가운데 939건(사망 11건, 소재 불명 782건, 소재 확인 146건)을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34명의 사망한 영아 중 4명에 대해서는 친부모 등에 의해 살해된 정황을 확인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다른 11명은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다. 19명은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에서도 영아 2명이 출생신고를 하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관악경찰서가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병원에서 태어난 뒤 치료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간 여성을 ‘영아유기’로 처벌하는 것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관리자와 상담했는지 여부, 당시 경제적 요건 등 상황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생 미등록 영아가 연루된 매매 사건, 살아 있는 경우 왜 미등록 상태인지 등을 파악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 본부장은 “대부분 산모의 진술이라 그것만으로 확정하기는 곤란하다”며 “객관적 증거, 당시 참고인 등을 확보해야 확인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사 의뢰가 1000건에 육박하는 만큼 출생 미등록의 이유도 너무 많고 다양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조사를 마무리한 사안 가운데 수사가 필요한 경우 시차를 두고 경찰에 통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생사가 불분명한 미신고 영아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기록(임시신생아번호)은 있으나 출생신고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아동 2123명의 소재와 생사를 전수조사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지방자치단체 복지담당 공무원과 가족관계·주민등록담당 공무원이 함께 해당 가정을 방문하는 내용의 조사를 완료한 뒤 12일쯤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한 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지자체가 역량을 집중해 임시신생아 아동 전수조사에 임했으나 일부 마무리되지 못한 지자체가 있다”며 “전수조사 기간을 연장해 다음 주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5일 교육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출생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방안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 관련 협조 요청사항 △출생미등록 아동 집중 조사 지원 및 방안 △미혼모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출생 미신고 영아가 살인·유기 등 범죄 대상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신원을 밝히길 꺼리는 임신부의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