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중고물건 거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말이다. 이는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롯됐다. 당근마켓은 전국 방방곡곡 6577개 지역에서 3400만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지역생활 커뮤니티 서비스 앱이다. 작은 동네에서 시작되는 지역 사람들의 따뜻한 연결이 그 시작이다. 당근마켓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안 쓰는 물건을 나누고 거래하는 벼룩장터이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동네 생활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마을회관으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중고거래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가치 있는 연결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동네 이웃과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중고거래를 시작으로, 피아노 레슨,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재능을 나누고, 배드민턴, 축구와 같은 운동모임으로도 연결된다.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주민들을 연결하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활발한 소통을 돕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당근마켓의 ‘동네생활’은 기존 포털 사이트에서 찾기 힘든 진짜 동네 정보와 진솔하고 꾸밈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별도의 가입 절차나 기준 없이 동네에 사는 이웃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학업, 취업, 결혼, 이직처럼 다양한 이유로 사는 동네를 옮기는 경우 당근마켓 동네생활을 활용해 맛집이나 장비 빌릴 수 있는 곳 등 내가 사는 동네의 정보를 얻는 이용자들이 많다.
◆기술로 연결 확장, ‘선한 영향력’ 나눔
당근마켓은 아직 온라인화되지 않은 지역 내 정보와 사람을 모바일 기술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동네생활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지역생활 대표 커뮤니티 서비스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동네생활뿐 아니라 당근마켓 ‘내근처’ 서비스를 통해서도 지도 서비스, 부동산 직거래, 중고차 직거래, 당근알바와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연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내 근처’는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인테리어, 카페, 헤어샵, 용달, 이사 등 우리 동네의 다양한 가게 정보를 모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동네 사장님이 직접 가게 비즈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실제 가게를 방문했던 동네 주민들의 생생한 후기와 이용 가격, 위치, 동네 주민에게만 제공되는 각종 할인 혜택도 확인할 수 있고, 공유하기 기능을 지원해 지인과 유용한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활동도 많이 이뤄진다. △비대면 진료 신청에 실패한 코로나19 자가 격리자에게 필요한 약을 구해주거나 △배달이 안 되는 외진 지역에서 나 홀로 격리 중인 이웃을 위해 간식을 사다 주는 사례 △폭우가 쏟아졌을 때 실시간 날씨 상황을 공유해 주고, 피해를 본 이웃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시글 등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각자 가진 재능을 교환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기타 가르치는 것을 알려줄 테니 영어 대화 수업을 해주실 분’을 구하는 게시글에서 재능 교환이 성사된 사례도 있다.
◆글로벌에서도 ‘karrot’
한국에서 ‘국민 앱’으로 혁신을 이뤄낸 당근마켓은 국내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동네’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당근마켓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지역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중고거래 활성화를 통해 자원 재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나눔과 자원 순환을 장려하는 등 지역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일찍이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보폭을 빠르게 넓혀왔다.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4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장사는 위치가 중요? “‘당근’으로 단골 300명 모았어요”
‘장사는 위치가 8할이다.’ 장사를 어디에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손님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곳에 있으면 영업은 더 잘 된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이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나홀로 상가의 3층 구석에서도 단골손님 300명을 모을 수 있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세담도예공방의 이야기다.
세담도예공방은 도예를 전공한 이경우씨가 운영하는 동네 도자기 공방이다. 이곳은 코로나19로 수강생이 줄어든 이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씨가 발견한 것이 당근마켓이다. 2년 전쯤부터 대학생 딸들이 ‘요즘은 당근마켓에서 가게를 많이 홍보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당근마켓을 이용해 가게를 알리기 시작했다. 기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만 사용하던 사장님은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사용한 뒤 동네 단골손님들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이씨는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들이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인데 당근마켓에는 한번 소식을 올리면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은 동네 자영업자들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로컬 마케팅 채널이다. 자영업자는 비즈프로필에서 가게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나 할인 쿠폰 등의 소식을 발행할 수 있다. 해당 소식들은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주민들에게 자동으로 노출된다. 실제 우리 가게에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노출, 잠재 고객들을 타깃으로 가게를 알릴 수 있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 카페뿐 아니라 세담도예공방 같은 다양한 클래스 공방들도 비즈프로필 이용이 늘고 있다. 이런 공방들은 대부분 유동 인구가 적은 골목 깊숙이 있어 당근마켓을 이용해 가게 위치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 클래스 관련 비즈프로필의 수는 지난달에는 전년 같은 달 기준 70%나 늘어났다. 이씨는 “우리 공방은 나홀로 상가의 외진 곳인 3층에 있다 보니까 오가며 들르는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하고부터는 연락이 늘고, 손님들이 먼저 가게를 찾아온다”며 “손님들과 당근으로 소통하면서 작업장을 운영하는 데 재미가 생겼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직접 찾아올 수 있는 주민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동네 손님을 타깃으로 장사하는 가게들이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동네 가게들이 당근마켓을 통해 발견돼, 이용자들은 숨어 있던 좋은 가게를 발견하고 자영업자들의 가게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