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11일 수도권 등 전국에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장맛비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4분 부산 사상구 학장천 주변에서 68세 여성이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오전 9시3분에도 경기 여주시에서 75세 남성이 소양천 주변을 산책하다 실족해 사망했다. 다만 이 사고는 호우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집계됐다.
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대구 북구에선 담벼락이 무너져 차량 29대가 파손됐고, 강원 원주시에선 주택 3곳이 침수됐다. 경북 상주시에선 토사 붕괴 우려로 1명이 마을 경로당으로 사전 대피하기도 했다. 부산, 경기 등에선 도로 24곳이 통제됐고, 서울 27곳 등 하천변 60곳도 통제됐다. 광주광역시에선 한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 낙뢰로 정전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 각지에서 이 밖에도 피해 신고가 수백 건 접수됐다. 오후 한때 서울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가 16분 만에 재개되기도 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호우특보가 확대되자 오후 3시40분 중대본 1단계를 2단계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이번 폭우는 12일 오전까지 내렸다가, 13일부터 다시 장마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밤사이 중부지방과 호남, 경북 북부내륙, 경남 해안 등에 시간당 강수량이 30∼8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강수 강도도 매우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와 구로구 일대에 ‘1시간 강수량 50㎜’와 ‘3시간 강수량 90㎜’라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극한호우가 기록돼 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오전 경기 남부에는 극한호우 기준에 거의 다다른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미 올해 전국 평균 강수량은 약 273㎜로 평년 장마철 강수량(356.7㎜)의 75%를 채웠다. 12일 밤 이후부터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모두 확장해 세 대결에 들어가면서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정체전선이 활성화돼 많은 비가 오겠다. 이 정체전선은 폭우를 내리는 ‘동서로 길이는 길고 남북으로 폭은 좁은 형태’일 것으로 보이며, 16일까지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경찰청, 소방청, 17개 시·도 등에 “산사태 취약지구 등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사전 예찰과 점검을 강화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