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반대 퇴장 조치…책임 공방 놓고 경산시의회 여야 ‘기싸움’

“사퇴하라” “못해” 경산시의회 갈등 평행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5분 자유발언 퇴장 조치의 책임 공방을 둘러싸고 경북 경산시의회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염수 방류를 놓고 대립하는 여야 국회의 축소판으로 지역 정치권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은 13일 경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사과와 사퇴’를 거부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의장으로서 본회의를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일련의 사태로 혼란을 빚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9일 경산시의회가 정례회를 폐회하고 있다. 경산시의회 제공

박 의장은 최근 본회의 5분 자유발언 퇴장 조치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5분 자유발언을 하던 민주당 소속 이경원 시의원의 마이크를 끄게 했다. 박 의장은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이 의원을 강제로 퇴장시키도록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박 의장은 “이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의 취지에서 벗어나 (제8대 의회에서 채택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문 낭독을 시작해 관련 규칙에 따라 수차례 중지를 요청한 것”이라며 “6분이 지난 시점에도 결의문 낭독이 이어져 본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퇴장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사과와 사퇴는 거부하지만 마찰을 빚는 민주당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다고 했다. 그는 “의회의 문제는 의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농성을 풀고 의장실로 찾아오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본회의 의사진행 방해로 이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방침에 대해서는 “일련의 사태가 해결된 후 시의원들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전날 경산시청 앞에서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내어 “불과 2년 전 경산시의회에서 채택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 결의안을 발언하는 이 의원의 5분 발언을 막고 퇴장 조치까지 한 박 의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경산시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산지역위원회 관계자 50여명이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의 5분 자유발언 퇴장 조치에 대한 공식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제공

민주당은 중앙법률지원단에서 박 의장의 ‘직권남용’과 ‘공무집행 방해’ 행위에 대한 법률검토를 마쳤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 민주당 경산시위원장인 양재영 시의원은 지난 3일 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고, 당 관계자들은 릴레이 천막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양 위원장은 박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박 의장을 고발하기 위해 17일 중앙당에서 이재명 대표와 최종 협의를 한다”면서 “시위와 농성 등 장외투쟁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