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기준금리 4연속 동결, 경기 반등 마중물 되기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했다. 2월과 4월, 5월에 이어 4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가 2%대로 떨어지고 새마을금고발 금융시장 경색과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는 점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75%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다.

발등의 불은 갈수록 커지는 한·미 금리 격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오는 24∼25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기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지 않았다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과도한 금리 차이를 오래 방치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환율 상승 압력도 커질 것이다. 가뜩이나 수출이 쪼그라들고 무역적자가 장기화하고 있다. 금리 역전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하지 말란 법이 없다.



물가 관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 총재는 “물가가 8월 이후 (다시) 올라서 연말에는 3% 내외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 전국적인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물가 앙등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시는 그제 8년 만에 8월과 10월부터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각각 300원, 150원 올리기로 했다. 고금리 여파로 한동안 주춤했다가 다시 불어나는 가계 빚 역시 걱정이 크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주택담보대출도 한 달 새 7조원이나 늘어났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경제규모 대비 세계 1위이고 증가 속도도 가장 가파르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면 소비와 경기가 얼어붙고 금융 부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날 것이다.

물가와 경기 방어, 금융 안정을 놓고 통화·재정 당국 간 정교한 정책 조율이 절실한 때다. 정부는 우선 이번 동결을 경기 반등의 마중물로 활용하기 바란다. 수출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무역금융지원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고 고강도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 살리고 외환·금융시장 안정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은은 필요하다면 자본 유출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한·미 통화스와프 등 이중 삼중의 안전판을 확보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