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생명 볼모로 한 보건의료 총파업, 장기화는 막아야

응급의료 마비·수술 취소 등 큰 혼선
간호사 과로 개선 대책 필요하지만
정부·노조가 대화와 협상으로 풀길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어제 총파업을 강행하자 응급의료 마비, 수술 취소, 전원 조치 등 의료 현장에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 지방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주요 종합병원에서도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119종합상황실에는 “중증환자 이송을 자제해 달라”는 병원 측 요청이 쇄도했다. 중증환자들이 병상을 찾아 전국 병원을 수소문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라면서 정작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걸 누가 납득하겠나.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2004년 의료 민영화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전국 145개 병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4만여명이 참여했지만 사실상 간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제도화, 공공병원 지원 등이 핵심 요구 사항이다. 간호사 한 명이 맡는 환자 수가 10명 이상이라 근무 강도가 높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퇴직자가 많아 아찔한 투약 사고까지 벌어지는 열악한 의료 환경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잖은 예산과 시간이 요구되고, 일부는 법 개정이 필요해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총파업은 어제와 오늘 이틀이지만,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1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다음주부터는 병원 지부별로 파업이 진행되는데, 병원과 노조가 협상을 중단한 곳이 145개 병원 중 130여곳이다. 그만큼 병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번 파업은 민노총의 ‘정치파업’ 일정에 속해 있어 상부의 눈치를 볼 것이 뻔하다. 민노총 지도부가 간호사들의 불만을 정치투쟁 동력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국민 생명·건강에 해를 끼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 대응은 더 큰 충돌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먼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국민 생명·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만큼 필요하다면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해야 할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 파업은 어떤 경우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노조는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와 병원도 진정성이 담긴 실행안을 갖고 노조와 협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