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폐·정치파업” vs 野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점입가경”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누가,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적잖이 공을 들인다. 하여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지향점이 보인다.

 

여야의 14일 메시지는 확연하게 갈렸다.

 

여당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민폐·정치파업”이라며 겨눴고, 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여권이 추진중인 실업급여 개선책의 문제점을 조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민노총(민주노총) 총파업 지침에 따라 잘못된 방법으로 강행하는 것은 ‘민폐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요구사항이 무엇이건 이렇게 대규모 의료공백을 일으키면서까지 총파업을 하는 것은 의료인 윤리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재 열악한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보건의료노조 요구사항 중에는 정당한 것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의 요구는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1년 9월 2일 노정합의 이래 정부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터에 당장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을 가지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삼아 파업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것이 과연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에 부합하는 태도냐”며 “정치 투쟁을 위해 인본 정신을 저버린다는 것은 보건의료인의 직업윤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 명분으로 요구하는 상당 부분은 이미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준비되고 있는 사안들”이라며 “민주노총 파업 지침에 따른 정치 파업,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민폐 파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민주노총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료파업을 부추기지 말고 뒤로 빠지기 바란다”며 정부를 향해 “합법적인 파업과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에 대해 “모든 의혹과 의문의 출발점은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종점 변경 이유가 용역회사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국토교통부 해명은 거짓”이라며 “거짓말 돌려막기를 한다고 비리, 부패 혐의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경안에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뜬금없이 (사업) 백지화를 던진 것이 당황해서 그런 것인지 하는 의문이 있다”며 “국민을, 또 국정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농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 앞에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국민의 의심을 지워주셔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수용하고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엄정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여권을 향해 “실업급여 제도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을 국민들께 보여주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개최한 공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를 ‘시럽 급여’로, (발음하면서) 실업급여 받는 분을 조롱하고 청년, 여성, 계약직 노동자를 모욕하고 비하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공청회 후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히고, 서울고용노동청 담당자가 “(실업급여 받은) 여자들은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고 말한 것 등을 겨냥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또 “실업은 사회적 재난”이라며 “실업급여 받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