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고 무너지고… 이틀째 쏟아진 장맛비에 전국서 피해 속출

서울 연희동 축대붕괴… 주민대피
정선 피암터널 암석 6000t 유출

주말 천둥·번개 동반 요란한 비
충청·전북 최대 100㎜ 더 내려
韓총리 “인명피해 없게 긴장하라”

전국에 200㎜ 넘는 장맛비가 이틀째 쏟아지면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지반이 약해진 탓에 토사와 암석이 도로나 주택가를 덮쳐 한밤중에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오랜 장마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 가운데 주말에도 전국 곳곳에 시간당 30~80㎜의 강한 비가 예보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1분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면서 고압선을 끊어 인근 2000가구 이상이 정전됐다. 전날 오후 8시17분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주를 덮쳐 일대 단독·다가구주택 41가구에 전력이 끊겼다.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에서는 전날 오후 9시45분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도로 축대가 무너져 토사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인근 20가구 46명이 밤중에 긴급대피했다. 당시 대피한 50대 주민 A씨는 “‘쿵’ 하고 자동차가 들이받는 듯 큰소리가 났다”며 “집이 걱정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과 고창군 고창읍 등에선 주택이 물에 잠겼다.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과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다세대주택 반지하와 상가 지하 등 지하층 침수 4건이 발생했다. 충남 계룡과 논산, 보령, 아산 등지에서도 주택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군도 3호선 세대 피암터널 구간 사면에서는 전날 오후 6시37분 네 번째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산사태로 6000여t의 암석이 세대 피암터널을 덮쳤다. 이 터널은 두 번째 낙석이 발생한 7일 전면 통제됐다.

충주시 엄정면에서는 14일 오전 5시쯤 면도 12호선의 비탈면 10여가 무너져 내렸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국도 23도선 우회도로도 일부 유실됐다. 충남 부여 내산면에서는 이날 오전 4시59분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민가 1채를 덮쳤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폭우에 잠긴 경찰차 전날부터 14일 오후 2시까지 291.5㎜의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에서 공설운동장 뒤편 도로의 차들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지난달 24일 장마 시작 이후 호남 지역에는 누적 600㎜가 훌쩍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6일까지 충청과 전북 일부 지역에 시간당 50~100㎜의 강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독자 제공·군산=연합뉴스

나무가 주택이나 도로로 쓰러지는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3시쯤 경기 파주시 운정동에서 강한 빗줄기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인근 주택 지붕을 덮쳐 주민 1명이 몸을 피했다.

하천의 물이 불면서 곳곳에서는 홍수특보가 내려졌다. 충남 논산시는 광석면 신당리 눈다리교차로와 사월교 구간의 하천 범람으로 차량을 통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전국에 200㎜가 넘는 비가 퍼부어졌다. 전북 군산 291.5㎜, 전북 익산 274.5㎜, 충남 부여 233.5㎜, 충남 논산 222㎜, 경기 남양주 208.5㎜, 서울 노원 203.5㎜의 비가 내렸다.

 

주말에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전국 곳곳에 예보됐다. 기상청은 오는 16일까지 대부분 지역에 시간당 3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다고 관측했다. 충청과 전북 일부는 시간당 강수량이 50~100㎜에 달할 전망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리는 호우대처 상황 점검회의에 앞서 관계자들이 폭우에 따른 기상레이더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체전선이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형태라, 전선이 위치하는 곳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지역 간 강수량 차가 크겠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는 16일까지 충남과 전북에서 강수량이 많은 곳은 40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전남(남해안 제외)·경북북부 내륙엔 300㎜ 이상, 경기남부·강원남부 내륙·강원남부 산지엔 150㎜ 이상, 제주산지엔 100㎜ 이상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관계기관과 영상으로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한 총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인명피해 제로(Zero)를 최우선 가치로 하여, 모든 공직자들이 장마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필승교 수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군남댐 홍수조절기능을 적시에 가동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