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의 영향으로 14일 전북 지역에 최고 4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군산에서는 시간당 60㎜ 이상 물벼락이 떨어져 옹벽 토사가 주택을 덮치고 주택, 도로, 논경지 등이 물바다로 변해 300건이 넘는 피해가 접수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인근 익산에서는 비닐하우스 단지 일대가 성인 가슴 높이까지 침수돼 119 구조대가 긴급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14일 전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시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군산 461㎜, 익산 263㎜, 완주 260.8㎜, 전주 203㎜, 부안 203.9㎜ 등 평균 170.4㎜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이날 저녁 10시 현재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이며, 만경강 상류인 전주시 미산교와 완주 삼례교, 동진강이 지나는 정읍 초강리, 섬진강 상류 임실 일중리 일대는 홍수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비가 지속되고 있다.
물 폭탄은 산사태와 낙석, 도로 토사 유실, 옹벽 파손, 주택·차량 침수 등 피해를 야기했다. 군산 서수면에서는 한 주택과 맞닿은 옹벽이 무너지면서 주택을 덮쳤으나, 다행히 주민 1명은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운동 한 빌라에서는 주변 경사지 토사가 밀려들어 1층 주민 8세대에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져 30여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월명동에서는 주택이 침수됐다.
폭우로 인해 하천 수위가 올라가고 마을이 침수되면서 주민들에 대한 긴급 대피는 전주 진기마을(100명)과 익산 춘포·함라·웅포면(130명), 진안군 구천면(9명), 김제시 만경읍(13명), 백구면(80명), 공덕면(18명) 등 총 4개 시군 380명에 달한다. 주택 침수는 고창군 고창읍과 부안군 보안면 등지에서도 발생했다.
도로 유실과 산사태 등도 잇따랐다. 고창군 대산면 남산천과 고창읍 봉곡천에서는 소교량, 사면 등이 유실됐으며, 부안군 상서면에서는 국도 23호선의 아스팔트와 지반이 빗물에 쓸려내려가면서 도로가 5m가량 끊겨 통행이 통제됐다. 진안군 정천면에서는 지방도 795호선에 낙석이 발생해 응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전주 효자동과 김제시 하상도로 등에서는 차량 3세대 침수돼 긴급 견인됐다.
도심 하천의 불어난 강물로 인해 전주 삼천·전주천과 완주용동, 김제 유강 등 일대 언더패스 20개소가 전면 폐쇄됐고 익산 궁월 등 10개소를 비롯해 김제, 순창,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193.1㎞ 구간 등 도로 18곳이 침수돼 차량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군산, 익산 일대 벼와 콩, 시설원예 등 농작물 피해도 잇따라 총 7457㏊가 물에 잠겼다. 이날 오후 4시18분쯤에는 익산시 낭산면 일가족 4명이 농작물 호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일대가 성인 가슴 높이의 물바다로 변하면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빠져나오기도 했다.
서해 도서를 오가는 군산과 부안지역 여객선 5개 항로 운항이 모두 끊겼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호남선 논산역 인근 아호천교의 수위 상승으로 이날 오후 6시15분부터 서대전~익산 구간을 지나는 일반열차의 운행을 15일 마지막 열차까지 중지하고 일반선을 운행하는 KTX 열차는 호남고속선으로 우회시켰다. 산림청은 전북을 비롯해 서울, 인천,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지약에 대한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하고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주말인 15일까지 전북지역에 80∼200㎜, 많은 곳은 300㎜가 넘는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하며 저지대나 하천·산비탈 주변 거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재해대책본부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공무원 1208명을 비상근무에 투입해 비 피해에 상황을 파악하고 주민대피 안내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응급 복구에 나서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