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한계수위로 치닫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주요 17개국 가운데 13.6%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1년보다 무려 0.8%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가계 빚 부담과 증가 속도 모두 세계 2번째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주요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 이하라는 걸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가계 부채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건전성 평가기준인 DSR는 14%에 육박해 주요국의 5~8%를 한참 웃돈다. 가계 부채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한은이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가계부채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자산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겠는가.
DSR가 70%를 넘어 가계 빚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대출자가 29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85만명은 DSR가 100%를 넘어 버는 돈보다 갚을 빚이 많은 처지다. 한계대출자로 불리는 이들이 찾을 곳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뿐이다. 빚의 악순환이다. 1800조원의 가계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분기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그나마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의 고통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1분기 연체율도 직전 분기보다 0.35%포인트 급등한 1.00%로 껑충 뛰었다.
가계부채 증가는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연체율 악화는 금융권 연쇄 부실 위험을 높인다. 2020년 4월부터 이어져온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면 가계부채 ‘쓰나미’는 불보듯 뻔하다. 부동산 대출 등 규제는 강화하되 모럴해저드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약층 피해를 최소화할 원리금 상환유예 등 선제대책이 시급하다. 돈잔치 비판을 받은 금융사들은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도 가계소득을 늘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의 활력을 키우는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