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서 빛났던 文정부의 총리들

강원 산불 때 빛난 이낙연 리더십
산불 발생 하루 만에 국가재난사태
이어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코로나19 기승 부릴 때 대구로 가
20일간 상주했던 방역사령관 정세균
민심 다독이고 코로나 방역 현지지휘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인적·물적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정치권에선 문재인정부 시절 국무총리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 발휘했던 리더십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다. 산불 현장을 지휘했던 이낙연 전 총리, 코로나19 사태 당시 확진자가 속출했던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 사령관’을 자처했던 정세균 전 총리가 그들이다.

지난 2019년 4월 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진압 사령관’ 이낙연

 

이 전 총리는 강원 고성·속초 산불 사태가 벌어졌던 2019년 4월4일, 위기관리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산림 곳곳을 할퀴며 속초 시내 방향으로 빠르게 번질 때였다.

 

이 전 총리는 다음 날인 5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산불 관계장관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어제 저녁부터 많이들 놀라고 계실 것”이라며 “이미 (문재인) 대통령께 국가재난사태 선포를 건의했고 발표가 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회의 시작 1시간 만인 오전 9시를 기해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됐다.

 

그 시각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장에서 산불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이 전 총리는 “김부겸 장관이 일찍 현장에 갔지만, 내일(6일) 0시를 기해 장관이 바뀌기 때문에 오늘 회의가 끝나자마자 제가 현장으로 가서 재난 대응에 최우선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날은 김 장관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고, 하루 뒤엔 진영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었다. 이에 장관 교체 과정상 발생할지 모르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총리가 직접 재난 현장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강원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은 산불 발생 이틀 만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이후로도 산불 피해 복구 현장을 네 차례 방문하는 등 해당 지역 주민과 복구 인력의 고충을 해소하는 데 힘썼다.

지난 2021년 4월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마지막으로 주재하며 발언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방역사령관’ 정세균

 

이 전 총리의 후임인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한 ‘방역 사령관’이었다. 특히 그의 ‘대구 상주’를 기억하는 이들이 지금도 많다.

 

2020년 2월 당시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국민적 우려가 컸다. 일부에선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봉쇄’를 운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대구시청 빈 사무실에 임시 집무실을 차리고 상주하는 강수를 뽑아 들었다. 스스로 의전 최소화 원칙을 세워 비서실장, 공보실장, 국무2차장 등 5명 안팎의 수행 인원만이 현지에서 정 전 총리를 보좌했다.

 

정 전 총리가 대구에 상주한 20일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는 대구시청에서 열렸다. 숙박은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해결했다. 정 전 총리는 “그냥 한번 순시를 하거나 격려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고, 대구시민들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왔다”며 대구 민심을 다독였다. 또 “저는 대구시민들과 대구시, 중앙정부, 의료인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분명히 어려움을 극복하고 코로나19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며 “함께 잘 극복해서 대구의 자존심을 꼭 지켜나가자”고 시민들한테 용기를 북돋기도 했다.

 

정 전 총리가 대구 상주를 마무리할 무렵, 한때 700명이 넘기도 했던 대구·경북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는 60명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