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 건강보험 호캉스 오세요" 홍보한 한의원에 의료계 '발칵'

서울의 한 한의원이 건강보험을 이용해 상급 병실을 일반 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다며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무더위를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건강보험 호캉스'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서울의 한 한의원이 건강보험을 이용해 상급 병실을 일반 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다며 단체 문자메시지를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일부 한의원에서 1, 2인실로만 구성된 상급병실을 실손보험을 활용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자 전국에서 병실을 운영 중인 한의원을 대상으로 환자 유인 행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 전국 병원급 한의원을 대상으로 한 기획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일부 한의원들이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의 입원을 유도해 입원·치료비용을 청구하는 폐단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취지다.

 

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한의원은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호캉스’라며 '한의원의 1, 2인실로만 구성된 상급병실을 이제는 일반 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홍보성 문자 메시지를 배포했다. ’하루 입원 및 치료비용인 6만원도 모두 실비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의사회는 "일반병실과 상급병실의 차이를 이용해 입원료를 할인하거나 할인 광고를 해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있지 않은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환자 유인·알선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의료인 자격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의사회는 또 "해당 한의원의 블로그 포스팅 중 '사소한 질병에도 입원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치료 목적을 가장해 상급병실 이용료를 일반병실을 이용한 것처럼 청구하는 편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상급병실 입원 예외 기준'을 축소해 교통사고 환자의 과도한 상급 병실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 병원급 한의원에서 이처럼 상급병실 입원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의사회는 보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전국에서 병실을 운영하는 모든 한의원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불법행위가 있지 않은지 기획조사에 나설 것을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 요청드린다"며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서 단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최근 ‘건강보험 호캉스’ 문자를 환자들에게 발송해 물의를 일으킨 한의사 회원을 중징계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의협은 "해당 광고 문자 발송은 한의치료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와 묵묵히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물의를 빚은 한의원 측은 “(입원을 고민하는) 내원객 1000여명만을 대상으로 한 문자메시지였다. 제3자가 보기에 오해가 있었을 것 같다”면서 “문자를 조금 재밌게 보내려고 호캉스란 단어를 썼는데 문제가 제기될 줄 생각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