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을 짓겠다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한 시행사 ‘모브(MOV)호텔앤리조트’ 실사주, 이른바 ‘250억 먹튀’ 호텔 사기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합천군이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추가 고발하면서다.
18일 합천군에 따르면 군은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금융기관 측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업무 담당자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전경. 합천군 제공
군은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 간 직접적인 공모 또는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시행사의 사업비 불법 사용 목적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통상의 PF 대출 자금 인출과 관련해서는 시행사의 독단적인 판단과 지출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대주·신탁사·시공사 등의 자금 집행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군은 이번 합천군 호텔사업과 관련,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가 PF 대출 자금 집행 동의 과정에서 군과 시공사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시행사가 대리금융기관에 제출한 지출증빙서류에 시행사가 사업비를 부풀려 그 차액을 부당하게 사용할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확약서도 있는 등 대리금융기관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은 조사 결과 △다수의 중복 집행 △다수의 허위 용역 집행 등의 수법으로 200여억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대리금융기관 PF 대출 책임자와 시행사 전 이사가 과거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장기간 같이 근무한 사실을 군이 확인하면서 유착 의혹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은 대리금융기관과의 PF 관련 업무를 전담한 시행사 전 이사를 250억 먹튀 사태 유발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군이 대리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요구에 불응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은 부당 집행 내역에 대해 공모 및 방조, 민법상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출약정서 위반 등을 이유로 대리금융기관에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었다. 그러면서 시행사 전 이사와 대리금융기관 PF 업무 관련자를 금융감독원에 민원 제기했다.
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시행사는 호텔을 짓고자 하는 군의 열망을 이용하려 접근했으며, 먹튀 사태가 일어난 것은 대리금융기관 역할이 결정적”이라며 “이 사태의 피해가 군민에게 돌아오는 만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드리며 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