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직원들 구하려다 참변…김해시의원 남편 ‘의사자’ 됐다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 열고 고인 의사자로 인정
2019년 7월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배수터널 점검 과정에서 고립된 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현대건설 직원 고(故) 안준호씨의 부인 배현주 김해시의원(사진 오른쪽)에게 홍태용 김해시장(가운데)이 19일 의사자 증서를 전달했다. 김해시 제공

 

2019년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배수터널 점검 과정에서 고립된 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현대건설 직원이 의사자(義死者)가 됐다.

 

19일 경남 김해시에 따르면 고(故) 안준호씨의 부인 배현주 김해시의원에게 홍태용 김해시장이 의사자 증서를 전달했다.

 

앞서 고인은 2019년 7월31일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확충 공사 현장에서 배수터널 점검 중 폭우로 통신이 끊긴 협력업체 직원 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서울시 관련 보고에는 사고 당일 오전 터널 내 가설전선 수거 점검 차 작업자 2명이 진입한 상황에서 양천구 기습 폭우로 유입 수직구 수문이 개방돼 빗물이 터널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자 대피를 위해 터널에 들어간 안씨 등이 빗물 유입에 모두 고립되면서 3명 모두 사망했다.

 

지난 4월 ‘2023년도 제2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연 보건복지부는 고인을 의사자로 인정했다.

 

의사자 인정제도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는 직접·적극적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복지부가 관련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천재지변이나 수난(水難) 그리고 건물 등 붕괴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사망·부상한 구조행위, 강도 등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범인을 체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구조행위 등이 포함된다.

 

의사자 유족은 의사자 증서와 함께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과 의료·장제·교육·급여·취업보호 등 예우를 받게 된다.

 

배 시의원은 지난 5일 김해시의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저는 기후위기의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5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리에서 배 시의원은 “2019년 7월 31일, 폭우가 원인이 된 산업재해로 제게 전부였던 남편을 떠나보냈다”며 “장마가 끝났다고 했던 시점이었고, 출근할 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한 시간여 만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이 제 일이 되었고,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을 극심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배 시의원은 “극단적 폭우, 폭설, 가뭄 등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모두가 ‘기후위기’ 한복판에 산다”며 “그럼에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정치권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참담했고 그래서 제가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 모두 기후위기 피해자다. 우리 세대에서 이 위기를 끊어내지 않으면 자녀들 미래는 없다”며 “여러분께서 적극적인 ‘기후시민’이 되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배 시의원은 남편을 잊지 않고자 지난해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남편 이름으로 5년간 1억원 기부 약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