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이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면서 청년층과의 일자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잠식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일자리 세대갈등’이다. 고령층은 미안함을, 청년층은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온 허상이다. 오히려 노인 취업자 수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수 증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물론 고령층 일자리도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일자리 세대갈등의 허상
19일 세계일보가 분석한 통계청의 연령별 경제활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인구는 2013년 331만7000명에서 지난해 602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10년 새 81.7%나 급증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405만3000명에서 426만9000명으로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자리 세대갈등은) 고령층이 계속 일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착각”이라며 “고령층이 은퇴 후에도 그 자리에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청년층과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는 일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은 공공근로 등 단기 일자리에 집중돼 있다. 공공근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아르바이트성 비정규직에 국한된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간당 임금을 받은 근로자 중 45.5%(125만5000명)가 60세 이상이다.
◆“더 많은, 더 나은 일자리 필요”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는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펴낸 ‘노동공급 확대 요인 분석: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과 청년층이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고령층의 경활률 기여도는 0.52%포인트였지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6%포인트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기여도도 0.36%포인트에서 1.03%포인트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고령층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향후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고령층들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령층의 일자리와 청년층의 일자리는 비교적 구분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일자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는 서로 다른 직군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청년층은 근무 여건 및 연봉 수준이 높은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등의 서비스업 분야 일자리에 집중됐지만,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단순노무직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령층을 양질의 일자리로 끌어올리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순돌 교수는 “60세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 활성화를 통한 민간 일자리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청년과 고령 일자리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