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2.5% 인상, 한계 몰린 소상공인 지원 필요하다

민노총 몽니로 막판 합의 무산돼
청년·저소득층 일자리 축소 우려
차등적용·결정체계 개편 서두르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지만 최근 5년간 40% 이상 오른 점에 비춰 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최저임금 심의가 역대 최장인 110일까지 이어졌는데도 막판 민주노총의 몽니로 합의가 무산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노·사 입장 차는 애초 2590원에서 140원까지 좁혀졌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 미만이라지만 주휴수당을 합치면 1만원을 훌쩍 넘는다. 5대 사회보험, 퇴직급여까지 고려하면 사업주는 최저임금의 약 140%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청년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산정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찾기 어렵다. 노동계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수준으로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경제 주체 모두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한 발씩 양보해 이번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게 옳다. 대신 정부는 벼랑에 몰린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가용한 재원을 동원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졸속·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손봐야 할 때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노사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7차례에 그치고 2010년 이후론 단 한 번도 없다. 노·사가 극한 대치를 이어 가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정부정책이나 기조에 맞춰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실증적 근거를 갖고 합의할 수 있는 규범에 근거해 최저임금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경제 전반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통계와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기반 삼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 편향 없이 최저임금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정할 수 있는 개선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