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정부(MB) 시절 추진한 ‘4대강 사업’ 정비가 된 곳과 그렇지 않은 지류의 수해 피해 차이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이 폄훼된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20일 발표되는 4대강 보 철거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결과를 토대로 윤석열정부의 물관리시스템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환경부에 대한 대대적 조직 개편을 통해 규제 중심 기조에서 사람의 생명·재산 보호 등 안전 중심으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하천 지류에 대한 정비와 문재인정부 시절 일부 해체한 보 재건 사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하천관리 사업을 국토교통부로 이관하는 방향도 고려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수해 상황을 보고받으며 야권의 공격으로 4대강 사업의 성과가 폄훼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대선후보 시절에도 “민주당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수고 있다”며 “이걸 잘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사업이 수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관련 조직 개편과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일단 소관 부처인 환경부의 조직 개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기본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람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도록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라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하천관리 사업을 향후 국토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쉽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관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있다”고 했다. 하천관리는 이전 정부의 물관리 사업 일원화 정책에 따라 2022년 1월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환경 보호를 우선하는 환경부의 속성상 사람과 자연이 맞닿은 곳의 안전 대비가 후순위로 밀리며 최근 수해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강바닥 관리를 안 하고 방치하면서 지방에 있는 제방들이 넘치기 시작했다”며 “하천 바닥에 느티나무,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 빼곡히 자라서 물의 흐름을 왜곡한 게 수재 원인이 됐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하천 지류 정비를 ‘포스트 4대강 사업’이라 부르며 사업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료 출신인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로 넘기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4일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당 차원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 개편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일 발표되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는 현 정부의 시스템 개편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4대강 보 해체 절차와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도 4대강 사업을 통해 정비한 큰 강에선 문제가 안 생겼는데 그걸 안 한 곳들은 통수단면이 줄어들어 물이 넘쳤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4대강이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