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기상 관측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서울에 내린 지난해 8월 8∼9일. 하루 및 시간당 최다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비가 퍼부은 이틀간 서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풀가동’에 들어갔다.
지하 50m에 설치된 길이 4.7㎞, 직경 10m의 저류배수 터널에 총 저류량(32만t)의 70% 수준인 빗물 22만4929t을 모아 인근 강서·양천구 일대를 수해로부터 지켜냈다.
◆수방 핵심 대책… 역사적 전환점
하수관 교체 등 기존 상습 침수 미봉책에서 단번에 벗어난 서울시 수방 대책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2010년과 2011년 물난리 때 양천구에서 수천 가구가 침수됐지만, 시설 운영 첫해인 2020년에는 이 같은 사례가 없었다. 지난해는 단 두 가구가 침수됐지만, 개별 배수 장비로 인한 문제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경북 포항시 등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과 일본 등에서도 견학을 다녀갔다고 한다.
강종구 양천구 치수과 배수시설팀장은 지난 10일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게릴라성 집중호우 시 기존 하수관의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일부선 ‘가성비’ 의문도
콘크리트 중심의 개발로 투수층이 점점 사라져 도시 배수시설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된다. 비가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지표면에 유출되면 하수관 수위는 올라가고 침수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 사업의 본격 추진에 들어갔다. 강남역·광화문·도림천·동작구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를 후보로 정했고 2027년까지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부터 완공할 방침이다. 앞서 우면산 산사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전례도 있으며, 신속한 사업과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 시는 태스크포스 운영에도 들어갔다.
다만 거액이 드는 사업비용을 이유로 일각에선 ‘가성비’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수해예방 시민 대토론회’에서 10여년 전 서울시 수방 대책을 담당했던 전 하천관리과장인 고태규 장맥엔지니어링 고문은 “당시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고질적인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그 과정에서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추진하려고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결국 신월 대심도 터널은 추진됐지만, 그 외 지역은 다른 방법으로 대체됐다”며 “대심도 터널 외에는 직접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어서 지금까지 강남 일대 침수가 일어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