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승국면에서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경기 하강으로 인해 부실로 변화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부실 위험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발(發) 리스크가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최고 리스크관리 책임자(CRO)를 소집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20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10곳의 CRO 등과 ‘부동산 익스포저(비중) 리스크관리 강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현재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리스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증권사 CRO들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안정적 관리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 △투자자 피해발생 가능성 최소화 등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건 중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조속히 상각하고, 사업성 저하가 우려된다면 외부매각·재구조화 등으로 신속히 정리하라고 했다.
금감원의 우려는 부동산 PF 관련 지표들이 확연하게 안 좋아지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별 부동산 PF 연체율(3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보험(0.66%), 저축은행(4.07%), 여신전문(4.2%), 상호금융(0.1%)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연체율은 15.88%로 높은 편이다. 특히 작년 말 대비 3개월 만에 5.5%포인트나 급등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5조3000억원이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2.01%로 작년 말의 1.19%보다 0.82%포인트 급증했다. 2020년 말 0.55%, 2021년 말 0.37%에 불과했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대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3월 말 기준 131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 130조3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여기에 악화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부실 문제도 크다. 경기 하강과 재택근무 확산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커지고 있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건별 투자 금액이 큰 데다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이 많아서 증권사 건전성이 순식간에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상시적으로 자체점검을 해서 투자대상의 손실징후 발생 시 재무제표에 적시 반영해 줄 것과 부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담보, 보증, 보험 등 투자자 권리 구제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사들에 재차 강조했다.
기업의 재무상황을 점검하는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부동산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증권업의 하반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해 “상환순위, 투자지역, 용도 측면에서 타 금융업종보다 위험도가 높다”며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초대형 증권사의 익스포저가 큰 해외대체투자도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