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텔레그램 불법촬영물 유포방 일당을 추적하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검거된 피의자 1명의 계정으로 텔레그램 유포방에 잠입했다. 공범의 정보를 활용해 나머지 일당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피해자 신상정보를 올리고, 불법촬영물 및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방이었다. 다른 일당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잠입 경찰은 실제 불법촬영물 유포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피해자 동의를 얻어 올리기도 했다. 치밀한 위장수사 끝에 경찰은 지난 3월 3명을 추가로 검거하며 일당 모두를 잡아들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은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상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달 30일까지 총 350건의 위장수사를 벌였다. 20일 국수본에 따르면 위장수사로 705명을 검거하고 56명을 구속하는 등 사이버범죄 수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경찰의 위장수사를 허용한다.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는 신분비공개수사와 문서나 전자기록을 이용해 다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위장수사 2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신분위장수사는 검찰을 통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뒤 1년 10개월 동안 가장 많이 활용된 분야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광고에 대한 수사였다. 총 274건에서 504명을 검거해 35명을 구속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다 위장수사로 검거된 피의자도 106명(구속 3명)이나 됐다.
위장수사는 올해 들어 더욱 활성화하는 추세다. 지난달까지 위장수사 승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건보다 12.5% 증가한 108건을 기록했다. 검거 인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 104명에서 256명으로 약 2.5배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마무리된 위장수사 121건 중 피의자를 검거하거나 특정한 건수도 108건(89.3%)에 달했다.
시행 3년 차를 맞는 위장수사의 효율성이 입증되는 분위기 속에서 경찰이 이를 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 관련 절차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장수사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적법한 위장수사를 활성화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