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위험하다. 엊그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23)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교사 단체들은 임용 2년 차 교사의 사망 원인이 학교 폭력 사건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했다. 학부모의 갑질이 교사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사망 원인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으나 얼마 전 다른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담임 교사 폭행 사건과 맞물려 교권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학교 측은 어제 입장문을 내 “해당 교사가 학교 폭력이 아니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를 맡았고 학폭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갑질 가족’으로 지목된 정치인도 “손자·손녀가 전부 4명인데 해당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저런 풍문이 ‘가짜뉴스’로 밝혀져 격앙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기는 했으나, 해당 학교 정문에는 교사를 추모하고 교단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조화와 포스트잇이 즐비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담임 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 상처를 입힌 6학년생을 엄벌해 달라는 교사들의 탄원서가 쇄도하고 있다. 당시 교사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히는 폭행을 당했다. 학생 측은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고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오히려 교사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학생 폭력과 학부모 폭언에 시달리는 우리 교단의 현실이다.
초등학교가 이 정도이니 중·고교에서 교사 폭행과 교권 침해 실태는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최근 5년간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가 1133명에 이른다. 교권 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자녀 교육에 극성인 부모들이 툭하면 교실을 찾아가 담임 교사를 윽박지르고 법적 대응을 운운한다. 이러니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교권추락 경고음이 한두 번 나온 것도 아닌데 교육당국이 땜질식으로 대응해 온 건 아닌지 의문이다. 교사가 교단에 서기를 두려워한다면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교육당국은 폭력과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