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4일은 연가나 병가입니다”…온라인선 서이초 교사 49재에 ‘우회 파업’ 예고

교사 커뮤니티서 제안 나오자 동참예고 이어져
파업권 없지만 병가·연가로 ‘우회 파업’ 제안
제안자 “정당한 교육 되찾는 것이 진정한 책임감” 주장
인디스쿨 캡처

 

서울 서초 서이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A교사(23)가 학부모들의 ‘갑질 민원’에 시달렸다는 제보가 잇따르는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 A씨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1일 초등학교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고인의 49재인 9월4일은 연가·병가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000여개에 달하는 공감을 얻고 있다.

 

글쓴이 A씨는 “이제 확실한 액션을 보여야 할 시간”이라며 “고인의 49재 되는 날이 9월 4일인데 저는 업무 메신저 상태표시란에 ‘9월4일은 병가입니다’라고 표시하고 9월3일 밤에 병가를 상신하고 보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결재를 받든 말든 그날은 정신병원이라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병가나 연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파업’을 진행하자는 것.

 

작성자는 “혼자 못나오면 누군가 보결하고 말 것이지만 한 학교에서 5명, 어느 학교에서는 10명 가까이 나올 수 없다면 보결을 돌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며 동참을 요구했다.

 

이어 “상태표시란에 ‘9월4일은 병가입니다’로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날을 대비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청 차원에서 나올 수 밖에 없고, 지역 맘카페 등에서부터 조치를 취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며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병가내지 않고 출근한 선생님이 여러 반을 통합해서 강당에서 영화를 보여주든, 어떤 식으로든 수습은 할 것 같다”며 “그렇지만 이 날 전국의 많은 학교가 그런 식으로 운영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전국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만약 (교육당국이) 그 날을 재량휴업일로 긴급히 지정한다면 메시지를 재량휴업일 다음날인 ‘9월 X일은 병가입니다’로 바꾸면 된다”고 당국 대응에 따른 방안도 제안했다.

 

A씨는 “벌써부터 학급학생에게 ‘책임감 없는 담임교사’라는 자기검열을 하지 말아라. 영국에서는 교사 수십만 명이 파업하며 85%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며 “무엇이 책임감 있는 것인가. 이 땅의 교육권을 회복해 정당한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감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들은 “무조건 파업을 해서 대동단결 해야 한다”, “나라 운영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있어봐야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 “휴직 교사도 동참하고 싶다” 등 댓글을 달고 있다.

 

한편 교사들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사 인권 보호, 교권 정상화,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