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왕래도 못하고 소식도 끊긴 남북한 이산가족의 고통 해소 등을 위해 북한 방문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최근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한국과 희생자, 유족 등을 위해서도 기도했다고 한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최근 방한한 유흥식 추기경은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라자로 유흥식’(바오로딸)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전했다. 유 추기경은 “수해로 희생되신 분들뿐만 아니라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같은 입장임을 소개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한국의 수해 참사 소식을 듣고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23일 예정된 안젤루스 기도 및 삼종기도 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특히,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언급하면서 “어느 분이 자기 역할을 조금이라도 더 조금만 확실히, 정확하게 잘했더라면 적어도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희생을 최대한 막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사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우리 한국사회에서 이런 희생이 더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 추기경은 교황의 방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소개했다. 그는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 북한 가고 싶으니까 나를 초청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남북이 같은 민족이고, 같은 가정을 이룬 사람들인데 70년 동안 서로 갈라져 왕래도 없이 서로 모르고 지낸다면 이것처럼 큰 고통이 어디 있느냐. 그 고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이 고통을 없애주고 싶다”는 게 교황의 뜻이라고 유 추기경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황의 방북을 성사하기 위해 교황청 소속 모든 외교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각국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의 뚜렷한 반응이 없다고 한다.
교황이 지난달 복부 탈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 ‘교황이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에 관해 유 추기경은 “(교황이) 9일간 병원에 계셨는데 사흘째부터 서류를 가져오라고 해서 일을 했다. 쓰러진 적은 없고 잘 지내고 계신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간담회를 마친 후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천주교 신자 등이 자리한 가운데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의 징계 처분 등에 관여하는 유 추기경은 법과 규정만으로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법이 부족해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법이 바뀌면 조금 나아질 뿐 변화가 없다. 사람의 마음이 바뀌고, 사람 마음속에 자비가 들어가고, 사랑이 들어가고, 예수님이 들어가야 세상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 27일 명동대성당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한국 전쟁 정전 협정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