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더니 쫄았나…교권침해 ‘미투’에 학부모 민원 뚝 끊겨 “허탈”

트위터 이용자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실은 알고 있었나? 진상인 줄 몰랐나? 그렇게 괴롭히더니 이토록 쉽게 멈춘 걸 보니 허탈” 토로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 홈페이지 캡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 A씨(23) 사망 사건 이후 전현직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 침해를 하는 악성 민원 사례를 공유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학부모 민원이 뚝 끊겼다는 제보가 나왔다.

 

20년 넘게 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A씨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네 학교는 매일 무더기로 쏟아지는 진상 민원으로 몸살을 앓은 학교인데 지난주 목요일부터 시작해서 금요일쯤 되니 민원이 뚝 끊겼다고. 허탈한 웃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 아님 내가 진상인 줄 몰랐나?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니까 멈춘 거야? 이토록 쉽게?”라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B씨는 “진정한 진상 학부모라면 이런 때일수록 민원을 제기하고 교사들을 괴롭혀서 자격 정지도 당해보고 신상도 털려보고 내가 학부모계의 진상이다 호연지기를 보여줘야지. 약한 여자들만 돌려차기 해놓고 뒤에서 주소 외우는 XX들처럼 찌질하긴. 그러니 애들이 약한 애만 괴롭히지”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어차피 지금은 방학이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니 사릴 뿐 시간 좀 지나면 똑같아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21일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가 개설한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 사이트에는 24일 오후 1시 30분 기준 1676건의 악성 민원 사례가 공유됐다.

 

사이트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선생님 저랑 맞짱 뜨실래요?”라고 말하거나 “내가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라 무기가 많다. 내가 아동학대로 신고해야겠냐”며 협박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여왔다. 

 

학부모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괴롭힌다는 토로도 적잖게 들렸다. 악성 민원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한 교사는는 “오늘도 그 아이 엄마의 눈치를 봤다”며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사건을 보고 분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매일 일어나는 일. 그래서 더 비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집에서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를 채소를 먹게 해달라’, ‘교사니까 24시간 전화를 받아라’고 한다거니 모닝콜, 결석 후 출석 인정 등을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 민원 사례도 여러 건 신고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악성 민원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교사들은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위험에 아무런 방어 행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

 

경기 오산 금암초등학교의 이상우 교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사들이)아무 잘못을 안 해도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에 매일매일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 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00건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54%로 절반을 넘었다.

 

교권 침해에 대한 공분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지난 21일 올라온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의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청원 글에는 공개된 지 이틀 만에 5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