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 “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가 혁신위 제안에 화답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그 속셈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쌍방울 대북불법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2월 대장동 의혹 관련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부결된 만큼 2차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꼼수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표결 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는 정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법(제112조)에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돼 있는 건 국회의원이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투표하라는 취지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기명으로 이뤄지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수박’(민주당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 색출 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고 개딸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 대표가 지난달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는데 체포동의안 기명표결 전환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걸 혁신안이라고 내놓으니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