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 결정하면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특정인이 아닌 총체적인 부실의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후 재난대응 과정과 이 장관의 참사 관련 발언에 문제가 있었지만 ‘파면을 할 정도’로 중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참사 원인은 총체적 부실 결과”
이날 헌재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봤다. 이번 참사가 특정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사전·사후대응도 탄핵 사유 불인정
우선 다중밀집사고 자체에 대한 예방이나 대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고 봤다. 그 근거로 이 장관이 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 축제 중 대규모·고위험 축제에 대해 미비점 개선·보완 요청 등을 한 점이 거론됐다. 참사 발생 전 이태원에 인파가 밀집할 것을 예상한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경고한 것은 아니었고, 용산구청·용산경찰서 등이 사고 위험성을 이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됐다.
이 장관이 참사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적시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탄핵 청구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대본 운영보다는 실질적 초동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인정했다. 또 “(이 장관이) 참사를 인지한 직후인 10월29일 23시22분경 군중의 눌림·끼임 상태가 해소돼 구조와 환자·시신의 이송이 이뤄졌다”며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하지 않아 긴급구조 활동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대본과 중수본의 설치·운영의 필요성과 시기에 대한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한 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어 재난안전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실의무·품위유지의무 위반” 지적도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별개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며 “행안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 4명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 일부가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라고 봤다. 다만 이들 모두 이런 잘못이 이 장관을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