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협정 70주년, 피로 지킨 자유와 평화의 가치 되새겨야

참전용사 희생·헌신이 공산화 막아
핵 앞세운 北 위협은 잦아들지 않아
내부에선 6·25 본질 흐리며 왜곡도

국가보훈부가 오늘 저녁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부산 영화의 전당은 1950년 7월 1일 6·25전쟁에 최초 파병된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를 태운 C-54 수송기가 착륙한 옛 수영비행장 터에 지어졌다. 기념식 공연은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공산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외면하지 않고 달려온 유엔군의 헌신을 다룬다고 한다. 유엔 참전국 대표와 참전용사, 그리고 그 가족들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미군으로 참전한 윌리엄 워드(91)씨는 그제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6·25 참전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이렇게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인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했다. 2019년 영국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참전용사 콜린 태커리(93)씨도 “폐허에서 이렇게 발전을 이룬 것이 놀랍고 기쁘다”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마주하고 감탄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 비단 이들뿐이겠나.



때마침 미국 하와이에 임시 안치돼 있다가 국군으로 판정된 6·25전쟁 참전 용사 유해 7위도 어제 송환됐다. 우리가 누리는 이 풍요로운 삶은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참전국 용사들의 헌신과 선대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국은 70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첨단 산업과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경제 강국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국제사회에 그 은혜를 갚는 나라로 각인되고자 한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슬로건도 ‘보은’이다.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전협정일을 전승절로 부르는 북한도 자신들을 지원한 중국과 러시아 측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결속력을 과시했다. 한·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출범 등 한·미·일 삼각 협력 공조 강화에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며,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다. 70년 전 북·중·러와 22개국 유엔군의 대결 구도를 연상시킨다. 휴전선이 그어지고 70년이 지난 지금 남과 북은 천양지차의 국가가 됐다.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체제 경쟁 또한 오래전에 끝났다. 그렇지만 핵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은 잦아들지 않는다. 우리 내부에선 6·25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려는 시도도 있다. 70년 전 피로 지킨 자유와 평화다.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