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정책과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동시에 난처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25일(현지시간) 진보 성향 인권 단체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민자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국 입국 지원서를 제출하도록 한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인권 단체는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미국 땅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입국 경로와 관계없이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이민법을 위반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즉시 추방 가능 강경 이민 정책인 ‘타이틀42’를 비판하고 수정을 예고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취임 후 2년간 더 이 정책을 유지했다.
지난 5월 타이틀42 종료 뒤 새로 내놓은 난민 정책이 두 달여 만에 폐기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바이든으로서는 새 이민 정책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진보 쪽 비판이 거센 와중에 패소까지 당해 더욱 난처해졌다. 그렇다고 이민 정책을 완화하면 보수 성향 지지자 외면이 뻔한 ‘사면초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낙태, 어퍼머티브 액션(대학 입시 등에서 소수민족 우대정책), 학자금 대출 탕감 등 진보 정책에 잇단 제동을 걸어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공화당은 차남 헌터 바이든을 고리로 한 탄핵 추진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바이든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바이든 행정부 흔들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안정 목표 달성 실패는 바이든 대통령 대선 가도에 치명타를 날릴 전망이다. 물가 안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과제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1갤런(3.8ℓ)당 3.636달러(약 4649원)로 전날 3.596달러(4597원)보다 4센트(1.1%)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1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던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3달러 초·중반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주도 산유국의 추가 감산, 폭염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추세가 유지되거나 가속하면 바이든 행정부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 2% 달성이 어려워진다.
우크라이나 전황도 악재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쏟아부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고 러시아의 부분적인 승리를 허용하는 것조차도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뛰어넘는 ‘바이든 외교정책의 대표적인 실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