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며 프로농구를 술렁이게 만들었던 전주 KCC가 새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서울 삼성을 지휘하던 이상민 전 감독이 ‘친정팀’ KCC 코치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가 돌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KCC에서 선수 시절 그랬던 것처럼 우승을 하기 위해서다.
25일 강원 태백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이 코치는 “전창진 감독께서 전화를 주셔서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나랑 재미있게 놀아 보자’고 제안했다”며 “KCC니까 고민 없이 돌아온 것”이라고 웃었다. 이 코치는 KCC에서 영구결번을 받을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다. 전신인 현대전자, 대전 현대 시절을 포함해 KCC에서만 12년을 뛰며 3차례 우승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FA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게됐고, 이후 삼성에서 은퇴해 감독까지 꿰찼다. 하지만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
팀을 이끄는 사령탑에서 감독을 보좌해야 하는 코치로 복귀하는 게 힘든 결정은 아니었을까. 이 코치는 감독 시절을 돌아보며 “잘한 게 없었고 결국 실패했다”며 “다시 배워 보겠다는 마음뿐”이라고 소개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전 감독은 “내가 삼성에 있었을 때 대학을 졸업한 이상민을 데려오려고 이 코치 부모를 365일 중에 366일을 만났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며 “농구대표팀 감독 시절 이 코치를 선수로 만났는데 이제 코치로 만나게 돼 든든하다”고 기뻐했다.
전 감독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며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강화해 좋은 성적 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코치 역시 “백업 멤버가 부족하고 공을 운반할 선수 쪽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기대보다 걱정이 큰 게 사실”이라며 “(백업 중에서는) 전준범이 열심히 하고 있고, 최준용은 공을 갖고 경기를 조율할 센스와 능력을 갖춰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치진은 비장하지만 선수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날 15명이 참여한 산악달리기 훈련에서도 선수들은 서로 기록을 확인하며 즐겁게 훈련했다. 두 시간 훈련하는 동안 내내 ‘허리가 이상한 것 같다’던 허웅은 훈련 종료와 함께 ‘이제 안 아프다’면서 너스레를 떨었고, 부상이 완쾌돼지 않아 달리지 않고 코스를 걸어서 이동한 최준용을 향해 ‘산보 나온 선수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허웅은 “지난 시즌보다 재밌는 농구를 할 것 같다”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롭게 합류한 최준용도 이미 팀에 적응을 마쳤다. 저녁을 먹던 전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고 가는가 하면 ‘사랑한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최준용은 “이미 준비됐기 때문에 산악달리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코트 위에서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