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는 언제까지 우주항공청 출범 발목 잡을 건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청사진이 제시됐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되고, 우주항공청이 사무국 기능을 맡아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 정책 수립, 연구개발, 기술 확보 등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어제 이런 내용의 ‘우주항공청 설립 기본 방향’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연내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에서의 여야 대치로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표류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4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3개월 넘게 심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등 현안을 먼저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석인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명하지 말 것도 요구하고 있다. 과방위 파행이 거듭되자 국민의힘 소속인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다음 달까지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처리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장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독단적으로 진행한다면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안건조정위에서 논의하자고 맞섰다.



장 위원장이 어제 야당이 제안한 안건조정위 구성을 받아들이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인 건 다행이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조승래·변재일·이정문, 국민의힘 박성중·윤두현, 무소속 하영제 의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하 의원이 국민의힘 출신인 만큼 사실상 여야 동수인 셈이이어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소모적인 신경전으로 우주항공청 연내 출범이 무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우주산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첨단산업이다. 우주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우주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주항공 전담조직 출범이 국회의 벽에 막혀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다른 정치 현안과 연계시키지 말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에 협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