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주중 접촉해 경제·안보와 여성 인권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토머스 웨스트 아프가니스탄 특사, 리나 아미리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 특사가 이달 26∼3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와 카타르 도하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도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주요 부처의 탈레반 대표단과 기술관료 전문가들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 안정, 여성·소녀 등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 대한 공정하고 존엄한 대우, 안보 문제, 마약 생산·밀매 대응 등이 우선적인 논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과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면서 “도하 회담은 어떤 형태로든 탈레반을 인정한다든지, 외교 정상화 및 정통성 인정 등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는 미국의 정책 상 어떤 변화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간 미국의 이익을 위해 탈레반에 적절히 관여할 것임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미 대표단은 아스타나에서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다섯 나라와 함께 미국·중앙아시아 협의체 ‘C5+1’ 특별회의를 열어 아프가니스탄 사안을 다룰 방침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여성의 경제적 권리를 높이는 방안을 두고 시민사회 구성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부 장관 대행이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고 공개했다. 탈레반 외무부는 “이번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우선 순위는 제재와 블랙리스트를 종료하고, 계좌 동결을 해제하고, 영공 침범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미군이 주도하는 외국 병력이 철수한 이후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