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직후부터 전국이 불볕더위에 끓고 있다. 더운 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확장한 데다 태풍도 연달아 북상하며 우리나라로 열기를 불어넣는 탓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이런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충청권과 경북 전역, 수도권과 남부 지방 대부분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다음 달 9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에 특별한 비 소식 없이 낮 최고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제주도에 다음 달 3∼4일 비 예보가 있으나 나머지 지역은 낮 시간 소나기 가능성 외에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겠다.
질병관리청이 응급실 감시체계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총 70명이다. 광주에서는 닷새째 폭염특보가 발표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8분쯤 광주 북구 임동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A(14)양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 관람을 위해 표 구매를 하던 A양은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 등 열사병 증상을 보여 119구조대의 냉찜질 등 응급처치를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후 1시38분쯤 남구 봉선동에서도 한 시민이 탈진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은 시민은 건강 상태를 회복해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다.
찜통더위 한편에서는 낮 시간 지면 기온이 오르며 대기 상층과의 온도 차이로 소나기구름이 발달해 경기 남부와 충남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표되기도 했다. 구름이 강하게 발달한 지역에서는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었다.
중국으로 향하는 제5호 태풍 ‘독수리’와 제6호 태풍 ‘카눈’도 이번 여름을 더 무덥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5호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 속했고 예상 경로상 6호 태풍 북상 시에도 오른쪽 반원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저위도의 뜨거운 공기를 품고 발달한 태풍은 북상 과정에서 열기와 수증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으로 인해 남쪽으로부터 열기가 계속해서 공급된다”며 “6호 태풍 경로에 변동이 있더라도 우리나라는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 속할 것으로 보여 열기와 수증기 공급은 계속돼 더위는 지속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고기압이 평년과 다른 특징은 없지만,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 같은 더위는 당분간 지속된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은 만큼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격렬한 야외활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야외작업장에서는 시원한 물과 그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