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단지는 주민 입주까지 마쳐 설계, 시공, 감리 모두 안전 불감 책임 추궁과 제도 개선 이뤄져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입주한 LH 단지 중 사고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시공한 단지를 점검해 그제 발표한 결과다. 5개 단지에서는 아파트 공사가 끝났고 주민 입주까지 마쳤다고 한다. 검단 아파트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입주민 불안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의 아파트들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를 설치하지 않고 기둥만으로 상판을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다. 기둥이 상판 무게를 견디도록 전단보강근(철근)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 13㎜짜리 철근을 써야 할 곳에 10㎜짜리를 썼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했는데 설계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렸다고 한다. 시공 과정에서 작업 숙련도가 떨어져 공사가 부실한 경우도 있다. 설계, 시공, 감리 모두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니 이런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 보듯 건설사가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앞세울 경우 감당해야 할 인명 피해와 경제적 비용은 너무 크다.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무고한 인부 6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8개 동을 전면 철거한 뒤 재시공에 나선 상태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재시공에도 1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탐욕과 모럴 해저드가 건설사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불안감마저 키우고 있는 것이다.
설계와 건설, 감리 업체 잘못이지만 무엇보다 아파트 공사를 발주한 LH의 책임이 가장 크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LH 합병으로 비대해진 조직에서 내부 통제력이 약해지고 주택 건설 전문성이 사라진 건 아닌지 의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이 그간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면서 감사원에 감사까지 청구했다.
당국은 아파트 부실 시공 실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전수조사도 해야 할 것이다. 공사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공사비가 낮아지거나 자재 상승분을 제대로 공사비에 반영하지 못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살펴서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