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한 축을 이루는 엔터테인먼트·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계에서 최근 ‘템퍼링’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부정행위가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산업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MCN 업계에 따르면 이사배 등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속한 아이스크리에이티브(아이스)는 최근 경쟁사 직원 A씨와 크리에이터 B, C씨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발단은 B씨가 지난 5월 전속계약 중도해지를 요구하면서부터다. 계약서에 따라 중도해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가 B씨 지인이자 프리랜서로 B씨를 돕겠다고 나섰다. 아이스 측은 A·B씨와 함께 인수인계를 위해 광고 영업에 관한 회사 자료, 협업 문의가 들어온 브랜드 및 요청사항 등을 논의했다. 그러던 중 아이스 측이 A씨가 경쟁사 직원임을 확인하게 됐고, 명백한 템퍼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개인 차원에서 순수하게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스 측은 A씨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한 상태다.
엔터·MCN 업계에서는 소속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회사 자산이다.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자도 만만치 않다. 일반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같다. 소속 자산을 뺏길 경우 경제적 타격이 크기에 사전 접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분쟁이 발생하면 소속사를 옮기려 한 당사자도 활동 중단 등 피해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관련 협회가 중재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 수년간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 프로야구 등 스포츠계에서는 템퍼링이 발생하면 협회가 나서 구단과 선수 모두 징계한다.
전문가들은 엔터·MCN 시장이 커지는 만큼 가로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업 발전은 공정한 경쟁과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회사는 계약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고, 정부와 관련 기관은 주체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노력해 줘야 한다”며 “연예계나 크리에이터로 진출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도·멘토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