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중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트린 15개 단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부실시공 문제가 드러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은 모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철근 누락’ 아파트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가려지더라도 형사처벌보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는 모두 293개다. 이 중 105개 단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를 없애고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이라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편이고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가 없는 만큼 기둥이 튼튼하게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충분히 감아야 한다. 이렇게 보완작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공사장 붕괴사고 재발은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삼풍백화점(1995년)이나 나산백화점(2008년)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공사 중 붕괴사고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였다. 무량판 구조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부실 시공이 있었을 경우 사고에 취약한 형태라는 지적이다.
대신 입주자대표회의 단위로 LH나 시공사 등을 상대로 보수나 보강 방안을 협상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를 발표하면서도 재시공이 아닌 슬래브 보완 등을 보강책으로 내놓은 부분에 대해 입주민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 전문인 민동환 변호사(법무법인 윤강)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입주민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자체적인 조사를 나서고 이를 근거로 재시공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조사 결과를 LH가 신뢰하지 않는다면 결국 법원의 감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소송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설계·시공의 잘못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업무상 과실치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해 1월 노동자 6명이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는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현장소장 등 시공사와 하청업체, 감리사 등 17명을 검찰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시공사 등 법인 3곳도 주택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