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 38.4도까지 치솟았다… 폭염경보 4년 만에 ‘심각’ 발령

살인 폭염에 온열질환자 1191명… 중대본, 대응 1단계 가동

열대야 이어 2일도 불볕더위
정부, 사업주에 작업중지권 권고

전국서 하루 새 67명 환자 추가
새만금 잼버리장 외국인 20여명
고열·탈수·열사병 등 치료 받아

살수차 동원하고 공사현장 점검
지자체, 취약계층 피해 예방 ‘비상’

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폭염에 전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사업주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대부분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 급증이 우려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초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대비를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으며, 4년 만에 폭염 위기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이어간 1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경기 여주시 점동면은 오후 3시31분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다. 해가 진 뒤에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가 이어졌다. 온열질환자를 속출시키고 있는 혹서는 2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2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이고 낮 최고기온은 32~36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주재한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극심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폭염 기세에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전날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67명이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1191명으로 늘었다. 추정 사망자는 없어 13명으로 유지됐다.

 

전날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한 비닐하우스 안 고추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94세 여성은 당초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됐으나, 질병관리청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다.

잼버리 외국인도 “덥다 더워” 1일 전북 부안군에서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이 폭염에 힘든 표정을 한 채 물을 마시고 있다. 세계잼버리는 이날부터 12일까지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며, 세계 158개국의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부안=연합뉴스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막을 올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도 2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만 11명이었다. 이들은 스웨덴, 영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 국적으로 고열(4명), 탈수(4명), 열사병(1명), 실신·열탈진(1명), 발열(1명)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추가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0명이다. 대부분 고열, 어지럼증 등으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으며, 증세가 심한 환자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전날 90대 여성이 주거지 주변에서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대비를 위한 중대본 1단계를 이날 오후 6시부로 가동했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심각’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중대본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사회 취약계층, 공사장 야외근로자, 고령 농업인 등 폭염 3대 취약분야 관리대책 △농축수산업 피해 예방대책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관리대책 등 소관 분야별 폭염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상민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지자체를 포함한 각 기관은 지금까지 해오던 폭염 대응의 수준을 넘어 취약계층, 취약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땀범벅된 택배 노동자 한여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오랜 택배 분류 작업을 하다가 잠시 짬을 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고 있다. 뉴스1

최근 온열질환으로 4명이 숨진 경남도는 내달까지 폭염에 취약한 홀로어르신 등 5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지원사 등 전담인력 2900여명이 정기 안전 확인을 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폭염경보를 발령해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8500여명에 대해 행동요령 등 정보도 안내하기로 했다. 도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51곳을 지정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는 내달 말까지 운영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월드컵대교 공사현장과 서울역희망지원센터를 찾아 폭염 취약계층 피해 예방시스템을 점검했다.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에선 폭염 속에서도 하루 60여명의 건설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월드컵대교 공사현장 휴게시설 등을 방문하고 응급키트·제빙기 등 폭염 대비 물품을 점검했다. 서울역희망지원센터에선 노숙인보호대책 추진현황을 살폈다.

폭포수 맞으며 피서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가족과 함께 서울 은평구 진관사 계곡을 찾은 한 아이가 폭포수 아래에서 물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강원도 각 지자체도 무더위 쉼터 1419개소와 그늘막 853개소를 운영하고, 살수차 18대를 동원해 폭염 열기를 식히고 있다. 재난안전문자와 재해 문자 전광판, 마을 방송을 통해 폭염대응 요령을 중점적으로 안내하는 동시에 재난취약자 가정 방문 등 강화에 나섰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고 시원한 물을 몸에 끼얹어 체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폭염 고위험군인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은 정오∼오후 5시,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밖에서 일하다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면 서늘한 곳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옷을 느슨하게 한 후 얼음 주머니나 시원한 물을 적신 수건 등으로 몸을 식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