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적자 2023년 6.3% 전망 부채한도 반복 상향 신뢰 약화 韓, 재정준칙 법제화 서둘러야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2011년 S&P의 강등 이후 12년 만이자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수모다. “자의적 판단”이라는 미 재무부의 반발과 달리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악화와 부채급증, 재정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재정적자 확대가 신용등급 하락의 가장 근본적 요인이다.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이자 부담 증가 여파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올해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분별하게 돈을 푼 후 한도에 이르면 다시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정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이로 인해 국가부채는 지난해 사상 처음 31조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32조달러를 돌파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미국의 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버넌스(통치체제)도 발목을 잡았다.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주기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일상적 정부 지출이 제약을 받았고, 미 국채가 안전하다는 국제 투자자들의 믿음도 약화됐다는 것이다. 10월1일까지 세출법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또다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5월 기준 1088조7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말이면 1100조원을 넘는다. 2019년 GDP 대비 2.8%였던 재정적자 비율은 2020~2022년 4.4~5.8%로 뛰었다. 현 세입·세출 구조에선 올해에만 40조원의 세수펑크마저 우려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는 늘고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재정은 최후의 보루다. 재정준칙 법제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재정준칙은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을 보호하는 방파제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에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의 추경 편성 등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요구만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대학생 무이자 대출·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등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입법폭주를 멈출 줄 모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곳은 우리와 튀르키예뿐이다. 미국발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금융·외환 시장 모니터링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