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드네요. 어찌나 더운지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니까요.”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경북 예천군 호명면의 오피스텔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살이 드러난 팔뚝은 쏟아지는 햇볕에 따갑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다. 수은주는 오전 11시쯤부터 33도를 가리켰다.
여름철은 콘크리트가 빨리 말라 공사에 속도가 붙는다. 지난달 긴 장마에 집중호우로 보름 넘게 공사를 멈춘 탓에 건설 노동자들은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 작업반장 김모씨가 “저쪽으로 시멘트를 옮기자”고 말하니 뒤따르던 네댓 명이 일제히 시멘트가 담긴 포대 자루를 수레에 담아 날랐다. 작업복이 땀으로 젖었지만 “덥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십년 건설 현장을 누빈 50대 베테랑 기술자 박모씨도 올해 더위는 유독 버겁다고 했다. 박씨는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크게 줄어 살인적인 더위에도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난다”면서 “아들내미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워도 꾹 참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더운지 철근 자재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폭염 속 생업 현장에서는 찜통더위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농민도 매일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이명환(48)씨는 이날 바람 한 점 없는 비닐하우스 안에 쭈그려 앉아 오이를 따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씨는 “덥다고 일하지 않으면 오이가 금방 물러 상품성이 없어진다”면서 “해가 뜨자마자 나와서 작업을 하는데 막상 일찍 돌아가려고 해도 남은 일이 산더미 같아 쉽게 발걸음을 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뙤약볕 아래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에 걸친 수건으로 새까맣게 그은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댔다.
올해 폭염 대책 기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광주 동구에서는 거리에서 폐지를 수집하고 오후 1시20분쯤 귀가한 67세 여성이 오후 3시37분 집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망 당시 체온은 41.5도였다. 이 여성의 사망 원인이 온열질환으로 확인되면 사망자는 24명이 된다. 정부는 폭염 위기 경보를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여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