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國 청소년 4만여명 새만금 집결… 尹대통령 “꿈·도전 지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

尹, 스카우트 출신의 최초 대통령
반기문 전 총장 등 주요 인사 참석

벌판에 야영장… 찜통 텐트서 숙식
조직위, 넝쿨터널 등 그늘막 조성
연일 폭염 경보… 행사 차질 우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을 찾아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길러진 독립심과 책임감, 이웃에 대한 봉사 정신, 국가에 대한 헌신의 자세는 여러분을 훌륭한 리더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저는 스카우트 여러분의 꿈과 도전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열린 2023 세계잼버리에선 세계 158개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4만3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과 화합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개영식 환영사에서 “저 역시 어린 시절의 스카우트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며 “책임감과 봉사 정신으로 충만한 여러분이 서로 힘을 모아 연대할 때 지역사회와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인류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자유롭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연대의 장”이라며 “여러분의 친구이자 동료로서 스카우트 깃발 아래 150여 개국에서 모인 대원들과 잼버리 기간 즐겁고 건강하게 즐기고, 깊은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종이비행기 날리기에 동참하며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을 응원했다.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대원 출신 최초 대통령으로서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직으로 추대됐다.

 

여성가족부와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새만금 부지 내 잼버리 대집회장(델타구역)에서 개영식을 개최하고 대회 분위기를 북돋웠다. 개영식은 기수단 입장과 스카우트 선서, 개영 선언, 환영사, 개회사 순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정부 부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각국 주한 대사, 세계스카우트연맹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에 큰 역할을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함께 했다.

 

행사에서는 스카우트 대원으로 구성된 드림오케스트라단과 세계 회원국 대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협연하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공연을 선보였다. 500대의 드론이 펼치는 드론라이트쇼, 파이어 아트쇼, 불꽃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했다. 오는 6일 문화교류의 날에는 오후 8시 대집회장서 ‘케이팝(K-POP)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한다.

영국 출신의 유명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본명 에드워드 마이클 그릴스)가 2일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새만금 잼버리는 화려한 개영에도 최근 연일 이어지는 극심한 폭염 속에 진행되면서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해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청소년들과 벌레 물림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대회 이틀 새 800명을 넘어서면서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대회 참가자 중 탈수와 고열, 열사병 등을 동반한 온열질환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총 72명으로 집계됐다.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사전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1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대회 조직위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스카우트 영지 내 온열질환 환자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처하고 있으며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나무 건너기 체험 새만금 잼버리 개영식이 열린 2일 전북 부안군 고사포 야영장에서 각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이 나무를 건너는 체험에 앞서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부안군 제공

조직위에 따르면 영지 내 잼버리병원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 치료를 지원하고 응급상황 시 군산의료원 등 주변 도시 5개 대형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된 찜통더위와 대원들이 텐트에 의존해 숙식 중인 야영지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잼버리 야영지가 자리한 부안군은 전날 기온이 33도를 웃돌았고, 이날 오후 2시 기준 34도를 넘어서는 등 폭염이 지속돼 사실상 야외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밤 최저기온도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날도 이곳을 포함한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져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3일 낮 최고 기온은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대회 참가 대원들에 따르면 야영지는 간척지 개발로 자연 초원 상태이지만, 최근 내린 비로 바닥에 머문 습기가 태양열로 인해 지표면으로 올라오면서 불쾌지수가 높은 상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야영장에 대회 3개월 전부터 넝쿨식물을 심어 그늘막을 터널형으로 만들고 중간에는 안개 분사 시설을 설치해 무더위를 식힐 수 있게 했으나,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넘나들 정도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습식 사우나’로 변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서 한 참가자가 부채를 흔들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선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한국인 자원봉사자는 “더워도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후와 환경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이 폭염 속에 야외에서 텐트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웰컴센터 앞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국적 고교생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텐트를 설치하지 못했다”며 “출국 이후 두통약을 두 번이나 먹었는데, 야영지가 생각보다 무더워 무사히 과제를 수행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무더위는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야영지 내 각종 그늘·휴식 시설, 잼버리 병원과 허브별 클리닉을 총가동하고 잼버리소방서·경찰서와 협력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영식에 앞서 “코로나19 이후 첫 대규모 국제 청소년 행사인 만큼 성공 개최를 위해 시설 및 안전 대책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