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주차 담당 직원 ‘온열질환 추정’ 사망…예방조치 실효성 의문 증폭

'물·그늘·휴식'으로는 역부족

뉴스1

연일 계속된 불볕더위에 전국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산업안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이달 한 달 폭염 상황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온열질환 예방에 총력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한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직원이 폭염 속 숨진 것과 관련, 현행 폭염관련 예방조치들의 실효성을 따져 묻는 목소리가 거세다.

 

3일 뉴스1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일부터 한 달 동안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폭염 상황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 고용부·안전공단·민간전문기관 등 가용 가능한 전국의 산업안전예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온열질환 예방에 나선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집계를 보면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 1일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를 더하면, 올 들어 현재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이다. 전년동기(7명)대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가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고용부가 파악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현황을 봐도 폭염에 가장 취약한 건설분야 직종에서 최근 5년간(2016~2022) 모두 79건의 산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의 폭염관련 예방규정은 사태의 심각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생한 한 대형마트 카트담당 30대 직원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 6월19일 오후 7시쯤 주차장에서 카트와 주차 관리를 하던 30대 직원이 갑자기 쓰러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2시간여 뒤 결국 숨졌다.

 

이 사건과 관련, 유가족 측은 "당시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고용부가 제시한 온열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 산안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작업중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보니 고용노동부는 폭염 관련 옥외노동자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놨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물, 그늘(휴게시설), 휴식 등 3대 기본수칙을 강제규정으로 의무화했지만, 인력 여건 등에 따른 현장 단속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 이 같은 안전수칙 준수 의무는 개개 사업장의 선의에 맡길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폭염 때 '작업중지 의무화'를 뼈대로 한 산안법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입법보다는 '행정 조치'가 먼저라는 국민의힘의 의견이 부딪히면서 개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를 방문한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기준을 초과하는 폭염 때 작업을 중지하는 산안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더위가 오기 전에 처리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노동자분들께 대단히 송구하다. 8월 중에는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폭염이 8월10일 전까지 가장 심하다고 하는데 법 개정으로 당장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우선은 정부의 행정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한편 국회 논의와는 별개로 '폭염관련 예방조치'들이 실제 사업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입장자료를 내 "사업주는 예방수칙을 토대로 기업의 실정 및 근로자의 의견을 고려해 사업장 특성에 맞는 기업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부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유통업체, 물류업체 등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수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실태조사 및 기술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