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애들(길고양이) 살려내려고 그렇게 노력했나.”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소재 민간보호소에서 돌보던 고양이 세 마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확인돼 안락사됐다. 제1종 법정전염병인 고병원성 AI 감염축은 살처분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주무부처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침에 따라서다. 며칠 후 농식품부가 반려묘에 대해서는 살처분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길고양이 등을 보호하는 관악구 한 민간보호소 고양이 중 세 마리에서 AI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용산구 보호소에서 집단으로 폐사한 고양이 38마리의 사인을 조사한 결과 두 마리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일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살처분 원칙에도 개인이 소유한 반려묘는 살처분하는 대신 각 지자체 격리 시설에서 관리하고, 보호소 등의 고양이는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살처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경우 안락사를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살처분의 예외 인정에 대해, 서울시 일선 부서에선 ‘환영한다’면서도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 동물보건팀 관계자는 “관악구 고양이 처리 논의 때는 살처분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던 농식품부의 원칙이 며칠 사이 바뀐 점이 의아하다”면서도 “감염 개체를 안락사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준다면 그에 따라 동물을 구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 보호소도 엄연히 관리자가 있고, 보호소의 고양이라고 해서 집고양이와 안락사 기준을 달리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악구 보호소 관리자는 안락사 이후 ‘내가 이러려고 그간 애들(길고양이)을 살리려 그렇게 노력했나’며 좌절했다”며 “보호소 동물도 반려묘와 마찬가지로 치료의 여지가 있다면 격리해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포유류 간 AI의 감염력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된 만큼, 보호소 개체라고 해서 무조건 안락사하기보다 감염병의 특성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