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잠시 쉬어 가던 7월의 어느 날. 퇴근길에 서울시청을 지나다 우연히 광장 한편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보게 됐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지만 유족 한 명만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텅 빈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철거를 요구하며 긴장감이 맴돌았던 곳이다. “낮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한 명씩만 나와 있기로 했어요.” 그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니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과 그들의 생애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껏 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159명이 숨진 사고”, “159명의 희생자”. 159라는 숫자는 피해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가 아니라 앳되고 생기가 넘쳤던 159명의 삶이었다. 사진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먼저 간 이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살아 있을 때처럼 생일을 축하하거나, 상대방의 근황을 물어보거나, 그러다가도 ‘우린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며 힘겹게 다짐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해 가을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참사가 발생한 날부터 최근까지 사건을 보도했던 동료 기자들과 이야기할 때면 지난 9개월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서로 한숨을 쉬곤 한다. 사고의 원인이었던 정확한 매뉴얼의 부재, 당국의 늑장 대응, 재난을 대응해야 하는 책임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국가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를 빠짐없이 밝혀 적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도 없고,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와 있다. 당시 지적했던 문제는 최근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달라지지 않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볼 때마다 기자인 내가 쓰는 글은 힘이 없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