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돌진에 흉기 난동 14명 부상 잊을 만하면 끔찍한 악몽 되풀이 진화하는 범행, 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13일 만인 그제 오후 경기 분당 서현역 일대에서 또다시 끔찍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20대 범인은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친 뒤 다시 흉기를 들고 근처 백화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광란의 유혈극이었다. 시민 4명이 차량에 치여, 9명은 흉기에 찔려 다쳤다. 14명 중 12명이 중상을 입었고 2명은 뇌사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집 밖으로 나가기가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는지 할 말을 잃게 한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 살인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싶었다”며 피해망상을 호소했다. 그는 고1 때 병원에서 분열성 성격 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최근 몇 년간 진료받은 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이 사건은 조현병이나 정신질환과 관련 없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가 최대한 많은 피해를 내기 위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바로 돌진하거나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범행 후에도 계속 들고 있다가 은닉을 시도한 점 등에서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유사 사건에 초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 규정한 대로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가 아닐 수 없다.
‘묻지마 사건’의 악몽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고 있다. 2012년 강남의 대형서점 둔기 폭행, 2018년 강서구 PC방 흉기 살해, 2019년 안인득의 아파트 방화 살해, 2020년 설악산 등산객 흉기 살인 등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때마다 철저한 대책 마련을 공언했던 당국이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정신병력 소유자나 은둔형 외톨이, ‘외로운 늑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지만 공동체의 안전 확보는 더욱 중요한 가치다.
‘묻지마 범행’ 수법이 날로 잔인해지고 진화해 걱정스럽다. 이번 차량 돌진은 유럽 등에서 인종주의자나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자주 쓰는 테러 수법이다. 앞으로 차량과 폭발물이 연계된 테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범국가적으로 나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어제 회의를 열어 ‘묻지마 흉기 범죄’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추진하기로 한 건 시의적절하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극악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신림역 등에 대해선 경찰이 단순히 순찰만 할 게 아니라 상시 근무하도록 하는 ‘거점 배치’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범행은 언제든지 경찰력에 의해 즉각 제압될 것임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철없는 모방 범죄 예고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신림역 사건 이후 모방 범죄를 암시하는 글이 잇따랐고 이번에도 20건의 모방 범죄 예고 글이 인터넷에 올려졌다. 모방 범죄 예고는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시민을 불안하게 하고 공권력 낭비를 불러오는 만큼 경범죄로 처리할 게 아니라 철저하게 추적해서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