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연이요? 요리조리 진짜 얄밉게 배구하죠. 뭐랄까, 상대를 킹받게 하는 느낌이죠”(GS칼텍스 강소휘)
“(유)서연 언니처럼 반대편에서 배구하면 진짜 짜증날 것 같아요”(GS칼텍스 김지원)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은 174cm의 단신 선수다. 키 작은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선 블로킹을 이용하거나 빈 곳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 공략해야 한다. GS칼텍스의 사령탑 차상현 감독은 유서연의 배구를 가리켜 “똑똑하게 배구를 하는 선수다”라고 했지만, 팀 동료들은 그를 “상대편 입장에서 킹받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더할 나위없는 극찬이다.
유서연이 특유의 상대를 킹받게 하는 배구로 GS칼텍스의 KOVO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GS칼텍스는 4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보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준결승 1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1(23-25 25-23 25-17 25-20)로 누르고 결승에 선착했다.
2007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 2017년, 2020년, 2022년까지 KOVO컵에서만 5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인 GS칼텍스는 5일 펼쳐지는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최다 우승 횟수를 6회로 늘리게 된다.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장한 유서연은 1세트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은지와 교체되어 나갔다. 2세트에도 웜업존을 지키던 유서연은 최은지가 2세트 초반 블로킹 과정에서 양효진과 엉켜 발목을 다치면서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유서연은 상대 블로킹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빈 자리도 귀신같이 찾아내며 현대건설 선수들을 괴롭혔다. 1세트엔 30%에 불과했던 유서연의 공격 성공률은 경기가 끝나자 44.44%까지 올랐다. 서브득점 2개 포함 14점을 올린 유서연은 부주장 답게 23점을 올린 에이스이자 주장 강소휘를 보좌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유서연은 “경기 초반에는 조금 급했던 것 같다. 웜업존에 갔더니 (정)대영 언니를 비롯해 동료들이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머릿 속을 재정비하고 들어갔더니 배구가 잘 됐다”라고 달라진 비결을 밝혔다.
유서연은 자신의 약점인 단신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는 “급하게 하지 않고 제 리듬을 찾으면 요리조리 때릴 곳이나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서연은 5일 열리는 결승전에서도 키플레이가 될 전망이다. 최은지가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에서 강소휘와 대각을 이룰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은 유서연과 권민지만 남은 상태다. 권민지는 이날 차 감독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유서연이 ‘상대를 킹받게 하는 배구’로 버텨줘야만 승리가 가능할 수 있다. 과연 유서연이 GS칼텍스의 여섯 번째 KOVO컵 우승을 이끌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