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 청소 등 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용역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대표회의는 “용역대금에 관리소장, 경리직원 등의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용역회사가 퇴직급여충당금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대표회의와 용역회사 사이의 계약을 위임계약으로 보고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해 대표회의와 용역업체 사이에 이 사건과 유사한 유형의 용역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 쟁점은 대표회의와 용역업체 사이에서 체결한 계약의 법적 성질이 ‘위임계약’인지 아니면 ‘도급계약’인지 여부입니다.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입니다. 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은 수임인은 위임인에게 위임 사무의 처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만약 선급 받은 비용 중 남은 것이 있다면 반환해야 합니다. 따라서 용역계약을 위임으로 보게 되면 관리소장, 경리직원 등의 퇴직급여충당금은 위임 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임자가 퇴직급여충당금 명목으로 선급 받은 돈 중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위임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대표회의는 용역계약의 법적 성질이 위임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용역대금을 반환하고 싶지 않은 용역업체는 용역계약의 법적 성질이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합니다. 도급계약이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 도급계약에 별도 약정이 없다면 선급금 잔액을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용역계약의 법적 성질이 위임인지 아니면 도급인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계약의 내용을 살펴 판단하게 되는데, 대체로 위임계약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서울북부지법의 최근 판결 역시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나온 것입니다. 직·간접적으로 용역을 지시할 수 있고 용역 인원의 근무 편성, 작업요령, 교체 등 업무 전반에 걸쳐 협의 하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정한 점, 근무 인원의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의 구체적 내역을 기초로 용역대금액이 정해진 점 등을 종합하면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법리는 2015년도 대법원 판결(2015다227376)에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같은 유형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용역계약의 내용이 다 똑같지 않은 탓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안에는 경비용역계약의 법적 성질이 민법상 도급계약이라고 보아 퇴직금적립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한 판결도 있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8. 선고 2016가단5031964 판결), 이 판결의 결론은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면 먼저 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 변호사의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런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