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6월 필리핀 루손 섬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다. 당시 2000만t의 이산화황이 대기 중에 분출됐고 일부는 성층권까지 올라가 지구 표면에 들어오는 태양빛이 10% 줄었다. 지구 북반구의 평균기온이 0.5∼0.6도 떨어졌고 이 효과는 3년이나 이어졌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이에 착안해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살포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기 흐름을 교란해 기상과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과학자들은 대신 우주에 브라질 크기만 한 차양막을 띄워 햇빛을 차단하는 연구에 공을 들여왔다.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1 라그랑주점(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50만km 떨어진 지점·L1)에 거대한 차양막을 설치해 태양 복사에너지의 1∼2%를 줄이자는 구상이다. 차양막은 L1에 달 표면의 먼지를 흩뿌리거나(미 유타대-스미스소니언 연구진) 빛을 굴절시키는 원통형 구름을 만드는 방식(로저 에인절 애리조나대 교수)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런 차양막은 너무 크고 무거운 데다 천문학적인 비용 탓에 구현이 쉽지 않다.